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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사쿠라 운영자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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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hcc.onmam.com/bbs/bbsView/29/5509961

날씨가 겨울도 같고 봄 같기도 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어릴 적 보았던 매화를 떠올렸다. 매화는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은 화단에 하얀 눈과 함께 피어 있다.
눈이 녹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도 춥다는 뜻이렷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화는 의연하게 피어있다.
그런 아침에 우리 아버지는 나를 일찍 깨워서 걸레 들고 시냇가에 가서 빨아오게 하셨다. 우리 아버지가 아닌가벼.
따뜻한 물 덥혀진 것도 있는데 왜 하필 차가운 냇물에 가서 빨아오래서 넓디 넓은 마루를 혼자 다 닦으라 하시고
마당까지 쓸게 하시는 걸까? 어깨를 옹크리고 얼굴을 찌푸리고 마지 못해서 심부름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늘 신선한 공기를
마주하고 일어나 활기차게 움직이기를 원하셨다. 그런데 나는 엉뚱한 의심이나 하고...
그런데 매화는 그렇지 않았다. 매화는 찬 공기, 눈 속에서 의연히 버텨 서서 강한 흰빛을 잠잠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매화를 오랫동안 지켜보곤 했다. 크지도 않은 가지에 빽빽히도 피웠던 꽃!
이맘 때쯤이면 늘 매화가 생각난다. 어디엔가 피어있을까? 어디엔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옆사람이 묻는다. "매화가 벚꽃과 비슷한가요?"
"무슨 소리. 벚꽃은 매화와 비교도 할 수 없지. 매화는 그리 화려하거나 화창하거나 하지는 않지. 하지만 이른 봄에 눈 속에서
고고한 자태로 피어오르는 그런 꽃이지. 벚꽃은 그냥 사쿠라야!"
나도 모르게 나온 사쿠라. 거기엔 나도 모를 분노가 서려 있다 아직도...
분을 버리지 않은 모종의 악의를 내 마음 속의 다른 것들과 함께 가지고 있다.
퐁퐁퐁 솟아오르는 샘물이 있어 사람들이 모르고 마시지만 그 속에 다른 이들 눈에 잘 안띄게 강도는 좀 낮지만
독액이 풀어져 있는 것이다. 사쿠라 뿐이랴. 가끔 이런 악의를 발견한다. 그래도 감사하다. 발견하게 해주셔서. 

이 독액을 회개하리라. 사쿠라에 들어있는 나의 악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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